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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내릴 것 같이 더운 여름과 살이 아릴 정도로 추운 겨울 사이의 선선한 가을은, 여유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다. 알록달록 단풍이 든지도 얼마 안 된 듯한데, 어느새 바닥에 떨어진 낙엽이 가을의 끝을 알려주는 듯 해 조금은 아쉬운 요즘. 서울시는 이 계절에 꼭 어울리는 ‘가을행사’를 마련했다.

 

 

지난 11월 10일 오전, 서울 시민들이 자전거를 끌고 도심에 나와 늦가을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라이딩(riding) 행사가 진행되었다. '라이딩 서울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된 이 행사는 서울시와 동아일보가 공동 기획한 행사로, 만 14세 이상 만 80세 미만의 서울 시민 만여 명이 종로구 광화문에서부터 송파구 올림픽 공원까지 약 17km의 코스를 달리는 것이었다. 이 행사가 특별한 점은, 개인이 소유한 자전거 말고도 서울시의 공유 자전거인 ‘따릉이’를 이용해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비경쟁 형태의 퍼레이드 식으로 진행되는 행사로 도시의 명소와 서울의 가을을 자전거를 타고 즐길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는 점도 특별했다. 참여 신청은 약 3주 전인 10월 19일 오전부터 이루어졌다.

 

 

본 기자는 따릉이를 이용해 행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과, 서울시에서 기획하는 행사인 만큼 진행시간동안 서울시에서 차량 통제를 해 넓은 차도로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워 참가를 신청했다. 평소 자전거를 자주 타지는 않지만 최근 따릉이를 타고 서울 이곳 저곳을 누비고 다녔기에 '한 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는 것은 해 볼만 하겠다!’고 생각해 참가한 행사였다. 신청 시 자신의 자전거 주행 능력에 맞게 초급, 중급, 상급자로 나누어 지원할 수 있었고, 시속 15km 이상으로 달리는 요건에 해당되는 초급자 수준으로 신청했다. 행사 날을 기다리면서 여유로운 가을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는 기대의 마음 반,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의 마음 반이었는데, 무엇보다 차 없는 서울 대도심의 거리를 자전거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시작하기도 전부터 설레었다.

 



 

행사는 11월 10일 오전 7시부터 번호표 배부를 시작해 오전 9시에 중구 광화문 광장에서 출발, 마련된 코스를 따라 송파구 올림픽 공원에서 도착하면 마무리 되는 것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간편한 복장에 헬멧과 장갑, 마스크 등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광화문 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5호선으로 환승해 가장 끝 칸에 타 보니, 라이딩 서울에 참가하는 듯한 시민들이 많이 보였다. 개인 소유의 자전거를 들고 탄 시민들도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지하철 끝 칸에는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는 것을 새삼스레 알 수 있었다. 기자와 같이 헬멧과 장갑만을 가볍게 챙겨온 사람들부터 선수들이 입을 것만 같은 전문 복장을 멋지게 갖춰 입은 사람들까지 보였다.

 



 

기자는 따릉이를 여유있게 빌리기 위해 행사 50분 전인 8시 10분에 광화문 광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이미 아주 많은 인파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에 놀랐다. 자전거 동호회를 통해 온 듯한 사람들도 보였고, 아빠와 아들이 함께 준비하는 모습도, 연인이 함께 운동복을 맞춰 입고 기다리는 모습도 보였다. 어서 그 대열에 합류하고 싶었지만 정작 따릉이를 쉽게 빌릴 수가 없었다.



 

주로 자신의 자전거로 참여하고 ‘따릉이를 이용해도 되는 행사’ 정도로만 생각해 막상 따릉이를 빌려 타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대충 보기에도 절반에 달하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따릉이를 빌려 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역과 가까운 대여소의 따릉이는 물론, 근방의 삼청동, 을지로, 덕수궁 부근까지 거의 남김없이 대여된 모습을 보자 조금 더 일찍 도착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 정말 후회되었다. 그러나 드넓은 광화문 광장 속 출발을 기다리며 삼삼오오 모여있는 참가자들을 보니, 기대했던 대회를 포기하고 올 수는 없어 이 곳 저 곳 따릉이를 찾아 뛰어다니다 결국 광화문 역 5번 출구에서 겨우 한 대를 빌릴 수 있었다. 따릉이는 ‘제로페이’결제 시 50%를 할인받을 수 있어, 1시간권을 500원에 구매해 대여했다.

 

 

대여를 하고 광화문광장 쪽으로 이동하다 보니, 출발 전 진행되었던 준비체조 등의 순서가 마무리되고 출발하는 시민들이 보였다. 어느덧 9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출발이 조금 늦어진 것을 조급해하면서 겨우겨우 참가확인을 하고, 번호표와 조끼 등 참여자임을 알리는 물품을 받고는 곧바로 출발했다.

 

 

따릉이를 빌리기 위해 이미 너무 많이 뛰어다녀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광화문 광장을 나서면서부터 보이는 넓은 차도로 주행해보니 긴장이 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속이 뻥하고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광화문의 높은 빌딩들과 넓은 도로, 그 위를 달리는 수많은 자전거가 묘하게 어울렸다. 그러고 보니 엄청 큰 바퀴의 외발 자전거나 묘기 자전거로 퍼레이드에 참가한 사람들도 보였는데, 경쟁하지 않는 퍼레이드 형태의 행사이다 보니 이렇게 다양한 자전거로 자유롭게 참여가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높은 빌딩과 넓은 도로가 있던 광화문을 지나 종로 3가 부근에 이르자 오밀조밀한 상점들 그 사이로 골목길이 보이기도 했다. 단순히 날씨가 좋고 운동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기 보다는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서울의 모습을 다시금 느리게 보고 관찰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기에 더 의미있었다.

또 광화문 뿐만 아니라 종로, 을지로, 동묘 등 서울의 대표 명소를 지날 수 있는 코스로 기획된만큼 서울의 이 곳 저 곳을 새로 느끼기에 아주 좋은 기회였다.

 

 

행사 시작 전부터 혹여나 위험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는데, 안전하다는 느낌 속에서 주행할 수 있었다. 길을 가는 중간중간 많은 행사관계자들 및 구조대원들이 대기하며 관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응급상황에 철저히 대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의 안전보험 사전 보장, 참가자 전원 헬멧 필수 착용 등의 지침, 출발 전 준비운동 진행 등으로 시민들의 안전을 신경 쓰고 있는 것이 느껴져 앞으로도 많은 시민이 참여하고 서울을 즐기는 행사로 발전될 것으로 보였다. 또한, 주행 코스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 또한 높았다는 점도 장점이다. 광화문에서 동대문을 지나 어린이대공원, 올림픽공원까지의 이른바 ‘서울 관광 명소’들을 자전거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의 자전거 정책에 대해 여유롭게 생각해 볼 수도 있었던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따릉이 대여소가 존재하고 있어서 놀랐고, 차도에 ‘자전거 보호’, ‘자전거 주의’등의 안내가 많이 적혀있어 도로를 자동차와 자전거가 함께 이용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했다. 또한 이를 통해 서울시에서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라이딩 서울’에 대해 다소 아쉬웠던 점도 있다. 첫 번째로, 코스 약 1/4 지점부터는 생각보다 교통 통제가 빠르게 풀려 차가 대열 뒤에서 바로 따라오는 상황이 있었다는 점이다. 코스를 달리다가 교통통제가 막 풀리기 시작해 빨리 가야 한다는 지시를 받았었는데, 그래서 불안한 마음으로 자전거를 급하게 타게되었고 안타깝게도 코스 완주를 포기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대회에 참여하는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참여 의지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조금 더 차량 통제 시간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교통상황 등 통제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남녀노소가 함께 참여하는 행사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회의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시민들의 이해와 참여를 많이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도 아쉽다. 우선 행사 도중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이동해야 하는 넓은 횡단보도 등을 건널 때면 이곳 저곳에서 행사로 인해 통행 통제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고, 급기야는 바쁜데 몇 분째 길을 건너지 못하고 있다며 행사 관계자에게 화를 내는 한 시민의 모습도 보였다. 불만을 모두 없애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행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꾸준한 홍보를 통해 교통과 통행 통제를 미리 알려 보다 많은 시민들의 양해를 구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뿐만 아니라, 행사 자체의 참여도 또한 낮았다는 점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으로 보인다. 원래 서울 시민 선착순 1만명이 참여대상이었다. 그러나 참여율이 저조해 이날 참여한 참가자의 수는 2천 명 정도라고 관계자는 얘기했다. 실제로 참여 마감 이후인 지난 11월 9일, 한 자전거 동호회 홈페이지에 방문해보니 ‘이 행사를 미리 알았더라면 신청했을텐데’라는 등의 반응이 많았다. 신청은 10월 중순부터 이루어진 바 있지만 앞서 조금 더 기간에 여유를 두고 충분하 홍보를 하였다면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으리라 생각되고 그렇게 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행사 당일 날 빌릴 수 있던 따릉이 수가 많지 않았던 부분도 아쉽다. 기자는 꽤 일찍 도착했지만 거의 한 시간동안 대회를 준비하기는커녕 따릉이를 대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기자 뿐만 아니라 따릉이를 빌리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는 참여자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고, 뒤늦게 따릉이를 실어 나르는 차들이 와서 부족했던 곳에 채워넣는 것을 보니 이러한 과정이 조금 수월하게 이루어졌다면 어땠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의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시민들의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아주 좋은 시도로 보인다. 따릉이 이용 장려와 동시에, 도로를 자동차와 자전거가 함께 공유해 주행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기획된 '라이딩 서울’페스티벌. 널리 홍보되지 못해 참여율이 저조한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을 정도로 시민들이 즐겁게 참여 가능한 행사였고, 매 해 날씨 좋은 가을날에 행사가 진행된다면 지속적으로 참여율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도 서울시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즐거운 행사를 마련해 주말의 즐거움을 제공한다면, 서울과 시의 행정에 대한 이해도 더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 홍보 수단으로도 쉽게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코스를 완주하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다. 자전거를 1시간 이상 타 본 적이 없어 엄두가 나지를 않기도 했고, 무엇보다 앞서 따릉이를 빌리러 찾아다니느라 다리가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35분여를 달려 코스의 1/3 정도가 되는 답십리역 부근에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자전거를 평소 즐겨 타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어렵지 않을 코스와 시간일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충분한 준비 없이 자신감만으로 대회를 신청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기도 할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쉬지않고 계속 달리는 것은 많은 체력을 요구했다. 오르막길이면 다리가 아프기도, 타고 나서는 엉덩이가 아프기도 했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며 운동도 하고, 차 없는 거리도 달리며 거리의 모습도 보니 즐거웠는데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그만둔 것이 아쉬워 다음 기회에는 미리 연습을 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혼자 행사를 즐기다 보니 외로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물론 혼자 즐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지만, 비경쟁 퍼레이드인 만큼 대부분 가족 및 연인과 달리는 모습이었고, 친구들 또는 동호회 등을 통해 아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며 즐기는 경우도 많아 보였다. 이렇게 서로를 북돋워주며 행사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자 내년 '라이딩 서울'에 참가해 누군가 꼭 데려와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주행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더 열심히 준비해 내년엔 꼭 코스를 완주하여 경품도 받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서울의 곳곳을 더욱 여유롭게 즐겨보고 싶다.

 

<2019 라이딩서울 공식 홈페이지>

http://www.ridingseoul.com/

 

<서울자전거 따릉이 공식 홈페이지>

https://www.bike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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