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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주요 물물교환 플랫폼
이창우/한국도시농업연구소장
물물교환: 디지털 시대에 새로이 주목 받는 공유경제 시스템
물가가 오르고 나라경제가 안 좋아지면 사람들은 물물교환에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물물교환을 하면 돈이 없어도 내게 필요한 물건을 가질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이 발달한 덕분에 물물교환이 생각보다 쉽고 편하게 이루어진다. 공유경제 시스템으로서 물물교환이 따릉이나 공구 대여에 비해 아직 낯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사례로 서울시 성북구 우리동네 키움센터 물물교환 장터나 서초구 내곡동 물물교환 장터가 있고, 온라인 사례로 앱 기반 물물교환 플랫폼인 아나바다 등이 있다. 온라인 중고장터인 당근마켓에서도 물물교환이 가능하다. 의류, 잡화, 도서, 생활용품, 유아용품에 이르기까지 물물교환이 가능한 물품이 다양하다. 자동차나 집과 같은 고가품도 물물교환의 대상이 되고 강습이나 자료조사와 같은 서비스도 물물교환의 대상이 된다.
작년 12월 이곳 서울시 공유허브의 전문가 기고란에 이탈리아의 물물교환 플랫폼인 제로렐라티보가 소개된 적이 있다. 이 글은 그 후속편이라 보면 된다. 사실 물물교환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기본적으로 개인간 거래(C2C: Consumer-to-Consumer), 기업간 거래(B2B: Business-to-Business), 정부간 거래(G2G: Government-to-Government)가 있다. 예를 들어 무기를 수출하고 대금으로 석유를 받으면 정부간 물물교환이 된다. 개인과 기업과 정부간에 부문을 넘어 물물교환이 일어날 경우 B2C나 G2B도 가능하다.
이글은 개인간 물물교환과 기업간 물물교환에 한정해서 다양한 외국사례를 소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사례들은 형태와 방식이 서로 달라도 모두 온라인 플랫폼에서 기본적으로 돈 없이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 스왑지(Swapz)
스왑지(www.swapz.co.uk)는 영국 최대 물물교환 사이트다. 기본적으로 이 사이트는 거의 모든 것을 교환하거나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장터다. 이 사이트를 통해서 자신이 사는 지역뿐 아니라 영국 전역을 대상으로 물물교환을 하거나 물품거래를 할 수 있다. 등록된 물품 목록의 수를 보면 물품거래보다 물물교환이 더욱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물물교환 품목은 알파벳 순서로 정리되어 있다. 품목은 골동품(Antiques), 예술품(Art), 자동차 관련 제품(Automotive)에서부터 도매 및 기타물품(Wholesale and job lots)에 이르기까지 28개 부문으로 구분되어 있다. 자동차 관련 제품 부문에만 거의 7만 건이 물물교환 희망물품으로 나와 있다. 전체적으로 등록된 물품이 8만 건에 이른다. 이 사이트의 특징은 회원 가입비나 수수료가 없다는 점이다.
스왑지 사이트의 상단 메뉴는 교환, 판매, 원하는 물품, 검색, 공동체, 도움말의 6개로 구분되어 있다. 도움말 메뉴에 들어가면 이 온라인 장터를 사용하는 방법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스왑지와 유사한 물물교환 사이트도 여럿 있다. 리스티아(Listia)(www.listia.com)가 그 중 하나다. 리스티아는 포인트를 교환수단으로 삼아 물물교환이 이루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 크레이그스리스트(CraigsList)
크레이그스리스트(www.craigslist.org)는 주택에서부터 생활잡화에 이르는 모든 물건과 각종 서비스의 거래, 구인 및 구직 정보, 중고물품 교환 등 일상적인 생활정보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진 사이트다. 1995년 온라인 사업자 크레이그 뉴마크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에서 처음 시작했다.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되어 현재는 78개 국가에서 운영 중이다. 대륙별, 국가별, 도시별로 사이트를 검색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서울시 사이트(seoul.craigslist.org)도 있다.
크레이그스리스트는 우리나라의 중고나라나 당근마켓과 같은 온라인 장터이지만 이곳에서 물물교환도 할 수 있다. 사이트 왼쪽 위 검색창에 barter라고 치면 물물교환이 가능한 물품이 사진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시 사이트에는 물물교환 물품이 올라온 것은 없고 무료로 내놓은 물품은 8개 올라와 있다. 미국 뉴욕시 사이트에 들어가면 이글을 쓰는 현재 246개의 물물교환 물품이 올라와 있다. 뉴욕시 사이트에는 공짜로 가져가라고 내놓은 물건이 1,800여개나 등록되어 있다.
크레이그스리스트에 물물교환을 포함하여 거래 대상 물건이나 서비스를 올리는 것을 포스팅이라고 한다. 회원으로 등록하지 않더라도 포스팅을 할 수 있다. 포스팅은 기본적으로 무료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구직 광고(10∼75달러), 아파트 임대(5달러), 서비스 거래(5달러) 등에는 정해진 수수료를 내야 한다. 유료 포스팅은 1달이 지나면 자동 삭제되고, 무료 포스팅은 30∼45일이 지나면 자동 삭제된다. 하나의 포스팅은 한 도시에서만 할 수 있게 하는 등 세부 규정이 만들어져 있다.

○ 북무치(BookMooch)
북무치(bookmooch.com)는 중고서적 전문 물물교환 사이트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책과 자신이 갖고 싶은 책을 서로 교환할 수 있게 해준다. 영어로 mooch가 다른 사람의 물건을 거저 달라고 조르는 것을 말하니 BookMooch는 ‘책동냥’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북무치에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책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이 사이트에서 포인트를 벌어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으로서 남에게 나누어주고 싶은 책을 사이트에 한 권 올릴 때마다 0.1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요청에 응해서 자신의 책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주면 1포인트를 획득한다. 다른 나라로 보내면 3포인트를 얻는다. 내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책을 한 권 받으면 1포인트를 사용하게 된다. 만약 외국에서 책을 받으면 3포인트를 쓰게 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포인트는 기부할 수도 있다.
이 물물교환 플랫폼을 사용하려면 2:1의 운영규칙을 따라야 한다. 즉 책 2권을 얻을 때마다 적어도 책 1권은 남에게 보내주어야 한다. 이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아무리 포인트를 많이 소유하고 있어도 다른 사람의 책을 요청해서 받을 수 없다. 외국으로 책을 1권 보내면 책 3권으로 인정해준다. 거래후 평가점수가 나쁘면 책동냥 요청이 거부될 수 있다. 회신을 잘 해주고 질 좋은 책을 잘 포장해서 보내주면 높은 평가점수를 받을 수 있다. 배송 중 분실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책을 보내준 사람은 어쨌든 포인트를 얻을 수 있고 수신인도 포인트를 잃지 않는다. 하지만 발생 가능한 사기를 방지하기 위하여 허용되는 배송 중 분실 서적수는 제한된다.

○ 심비(Simbi)
심비(simbi.com)는 물건이 아니라 서비스를 교환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심비는 공생경제(symbiotic economy)를 의미한다. 내가 상대방에게 피아노 레슨을 해주고 상대방에게서 내가 도자기 공예 강습을 받는 방식이다. 서비스는 크게 아트 및 디자인, 건강, 체험, 가사 및 먹거리, 회사 업무, 학습, 미용, 반려동물 및 어린이 돌보기, 재미있고 색다른 서비스로 나뉘어져 있다. 구체적인 물물교환 서비스에는 최면 치료, 참고문헌 검색, 아이 돌보기, 반려동물 돌보기, 타로 점보기, 시장 조사, 다이어트 컨설팅, 외국어 강습, 원고 교정 등이 있다.
서비스를 교환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내가 원하는 서비스가 있는지 검색한다. 내가 줄 수 있는 서비스도 올린다. 회원들 간에 직접적인 온라인 대화를 통해 서로 원하는 서비스를 교환하면 된다. 만약 나는 상대방의 서비스를 원하는데 상대방이 나의 서비스를 원하지 않으면 내가 가지고 있는, 심비라는 이름의 크레디트를 상대방에게 지불하면 된다. 예를 들어 1시간에 30심비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돈을 사용하지 않고 서로의 재능과 시간과 노력을 주고받는 것이 심비의 핵심이다.

○ 홈익스체인지(HomeExchange)
홈익스체인지(www.homeexchange.com)는 집 교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네트워크이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이라면 사용해볼만한 집 교환 온라인 플랫폼이다. 비우고 떠날 나의 집과 여행하는 상대방의 빈집을 여행 기간 중에 서로 교환하여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159개국 45만 가구가 교환가능 주택으로 등록되어 있다.
거주 공간 교환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상호(reciprocal) 교환과 비상호(non-reciprocal) 교환이 그것이다. 상호 교환은 내 집에 상대방이 들어오고 상대방 집에 내가 들어가는 방식이다. 비상호 교환은 상대방이 내 집에 들어오지만 내가 상대방의 집에 들어가지 않거나 그 반대의 경우에 해당하는 방식이다. 비상호 교환의 경우, 게스트포인트(guestpoint)를 사용한다. 회원 등록 시 각 집에 게스트포인트라는 포인트가 주어진다. 게스트포인트는 등록시 제공한 정보에 따라 자동으로 계산된다. 다른 사람을 자신의 집에 묵게 하면 포인트를 얻을 수 있고, 자신의 포인트를 사용하여 다른 사람의 집에 머물 수 있다. 게스프포인트는 유효기간이 없으며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는 동안에는 언제라도 사용 가능하다. 각종 지원을 받으며 무제한으로 집 교환을 하려면 연간 175달러의 회비를 내야 한다. 1년 후 자동갱신하면 250게스트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회비를 내지 않고도 상대방을 내 집에 묵게 하고 정해진 게스트포인트를 얻을 수 있으며 내가 가진 게스트포인트를 사용하여 상대방의 집에 머무를 수 있다. 하지만 회비를 내지 않을 경우 여행 직전 취소 시의 조치, 주택손상 보상비 지불, 사고 처리, 예치금 예치 등을 포함한, 각종 손해나 위험에 대한 보증 문제를 모두 개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홈익스체인지와 유사한 사이트로 러브홈스왑(LoveHomeSwap)과 인터백 홈익스체인지(Intervac Home Exchange) 등이 있다.

○ 아이엠에스바터(IMSbarter)
아이엠에스바터(www.imsbarter.com)는 기업간 물물교환을 위한 사이트다. IMS는 International Monetary Systems의 약자다. 네트워크 상에서 한 기업이 팔고 남은 재고물품을 다른 기업의 재고물품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물품뿐 아니라 서비스도 거래 가능하다.
어떤 기업이 회원으로 가입한 후 IMS 달러로 온라인에서 거래를 하면 된다. IMS달러는 실제 화폐가 아니라 일종의 가상화폐다. 1 IMS달러의 가치는 시중의 1달러 가치와 동일하다. 이 네트워크에는 현재 1만 4000개 업체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하여 광고, 인쇄, 수리, 전문적 서비스, 여행, 사무실 장비, 기업 선물, 회의 등에 쓸 현금을 절약할 수 있다.
회원으로 등록한 후, 회원 기업은 판매를 하거나 구매를 할 때마다 1달러 당 7.5센트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시스템 유지비로 회원들은 매달 15달러를 현금 또는 IMS 달러로 내야 하는데 등록 후 첫 6개월은 무료다. 회원에게는 1달에 1번 거래명세서가 온라인으로 발급된다.
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지난 9월에 거래가 많았던 품목 4가지는 자동차, 공구, 노면 포장, 부동산이었다. 8월에 거래가 많았던 것은 회계업무, 조경, 피트니스 장비, 지붕공사였다. 7월은 마케팅, 선박, 택시 광고, 부동산이었다.
시사점
위에서 세계의 주요 물물교환 플랫폼 사례를 살펴보았다. 물건만 가능한 물물교환과 서비스만 가능한 물물교환 시스템이 있는가 하면 물건과 서비스 교환이 모두 가능한 시스템도 있었다. 물건 중에서도 책과 같이 특정 물품만 교환 가능한 시스템도 있었다. 물물교환이 중심이고 판매도 가능한 플랫폼이 있는가 하면 기존 온라인 중고장터에 물물교환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플랫폼도 있었다.
외국사례를 통하여 물물교환 온라인 플랫폼이 시민의 사회의식 변화와 디지털 기술의 발달 덕분에 흥미롭게 발전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물교환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자원을 얻는 데 있어 더 이상 비효율적이거나 낯선 방식이 아니다. 물물교환은 개인과 기업을 포함하여 다양한 사용자의 다양한 목적을 위한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경제활동수단이 될 수 있다. 물물교환 온라인 플랫폼은 참여자들 사이에서 만남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 글이 다양한 형태와 방식의 물물교환 플랫폼을 모두 다루지는 못했다. 여기에서 소개하지 않았지만 더욱 활발하게 운영되는 물물교환 온라인 플랫폼이 있을 수 있다. 이 글은 외국의 주요 물물교환 플랫폼을 소개하면서 계량적인 효과와 구체적인 문제점을 파고들지 못한 한계도 있다. 물물교환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부정행위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혹시 모를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불필요한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연계되는 유료 서비스에는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물물교환은 플랫폼 기반 공유경제 시스템으로서 참여자들이 모두 윈윈하는 공생경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금처럼 나라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물물교환을 잘 활용하면 개인과 기업과 정부에 모두 이익이 될 수 있다. 폐기물이 넘쳐나는 지구 위기의 시대에서, 물물교환과 같은 재순환 시장은 사람들의 공동체적 가치 창조 과정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