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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에서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희비가 갈린 공유기업들을 소개하고 그 이유를 분석해보았다. 이번 기사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호황을 누리는 공유서비스를 살펴보고자 한다.
코로나19 사태 기간 ‘공유주방’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또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가정에 장난감을 대여해주는 ‘장난감도서관’, 집에 있는 책을 빌려주고 다른 집의 책도 빌려 볼 수 있는 ‘우리집은도서관’이라는 도서 공유서비스도 이용이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호황인 공유주방

공유주방이란 말 그대로 주방을 공유하는 것으로, 식품 조리시설이 갖추어진 1개의 주방을 2명 이상의 사업자가 함께 공유하여 영업할 수 있는 조리공간을 말한다. 기존 법령에서는 동일한 주방을 여러 사업자가 함께 사용하면 교차오염으로 인한 식중독 등의 발생 우려가 있어 1개 주방에 2명 이상의 사업자가 공동으로 운영할 수 없었다. 즉 1개의 주방에 1개의 사업 운영만  가능했다.

그러나 2019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관련법 개정을 통해 공유주방에 관한 규제를 완화했다. 이는 위생관리 책임자 지정 및 1일 1회 이상 위생점검, 식약처‘위생가이드라인’ 준수 등의 철저한 안전관리 대책이 마련되어 가능한 일이었다. 이로써 ‘위쿡’을 선두로 다양한 종류의 공유주방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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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주방 위쿡>

공유주방이 코로나19 사태 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나 확실히 팬데믹 상황을 겪으면서 새롭게 주목받게 된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경제 상황 속에서 취업의 문이 좁아져 요식업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도 많아졌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더욱 높다. 그러나 공유주방에서 시작하게 되면 초기 조리시설 구매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어, 창업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보증금 등이 필요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집기류나 주방용품들이 다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유주방을 함께 이용하면서 기존 영업자의 영업 관리 노하우 및 식품안전 기술을 습득하는 경험의 장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외식 줄어 오히려 성장한 공유주방

또한 공유주방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외식이 줄어들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배달이 증가한 것과 맞물리며 더 성장하고 있다.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외식사업자가 늘어난 까닭이다. 게다가 공유주방 입점 업체 끼리 배달대행업체 등을 공유하면 배달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공유주방 ‘위쿡’에 따르면 지난 3월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위쿡딜리버리’ 입점 관련 문의가 전월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입점 업체의 매출도 15% 늘었다. 공유주방 ‘먼슬리키친’ 역시 2월 입점 문의 건수가 전월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한편, 코로나19를 겪으며 배달에 특화된 공유주방뿐 아니라 다른 형태의 공유주방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별한 날 외식이 어려운 현 상황에서 개인 이벤트를 위한 공유주방이 한 예이다. 이러한 공유주방은 독립적인 공간에서 3~4시간 정도만 짧게 주방을 공유해 지인들과 생일파티나 소규모 모임을 하는 용도로 쓰인다. 불특정 다수와 접촉하는 식당보다는 더 안전한 공간을 찾고자 하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이다.

관리가 잘 되는 공유주방의 경우 이미 예약이 꽉 차서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많은 이용자가 다음 기념일이나 모임도 공유주방을 빌려서 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주목받을 공유서비스라고 생각한다.

 

키즈카페 대신 장난감도서관

공유주방 외에도 새롭게 주목받은 공유서비스는 더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장난감도서관이다. 장난감도서관은 도서관처럼 장난감을 비롯한 아이들을 위한 도서나 영상자료를 대여하고 이용이 끝난 후에는 반납하는 공유서비스이다. 해외에서 시작된 장난감도서관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장난감도서관의 정체성 및 운영 실태 분석 연구(2013, 이종문)’에 따르면, 1935년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에서 ‘장난감 대여 도서관(Toy lending libraries)’이 운영된 적이 있을 정도로 유래가 깊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서울 성동구를 시작으로 장난감도서관의 설치 및 운영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관련 조례가 제정되는 등 관심과 지원을 바탕으로 확산해 2020년 현재 서울에만 63개의 지점이 운영되고 있다.

장난감도서관의 장점은 저렴하게 장난감을 대여할 수 있고, 구입하기 전에 여러 가지 장난감으로 놀아보고 알맞은 것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아이들이 밖에서 놀 수 없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장난감을 바꿔가면서 이용할 수 있어 대여가 증가했다. 물론 아이들과 가까이에서 접촉하는 장난감인 만큼 철저한 소독 후에 대여가 이루어진다.

 

새로운 해결방안을 모색한 장난감도서관

사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여러 사람과 공유해서 쓰는 것이 불안할 법도 한데, 장난감도서관의 철저한 대응이 오히려 코로나19 시대에 더욱 주목받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대표적인 것이 접촉을 줄이는 대여 방법도 등장했다. 초반에는 장난감도서관을 아예 폐쇄해 이용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드라이브스루나 택배로 대여 및 반납이 가능해졌다.

서초구도 택배 서비스를 진행했다. 미리 신청을 받은 후 추첨해 배송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2차로 진행된 지난 4월 6일에는 하루 만에 모든 장난감이 대출될 정도로 인기였다. 서초구 관계자는 “어린이집 휴원 등으로 가정 보육을 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도서관을 열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택배 서비스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송파구 장난감도서관>

 

또한, 송파구 장난감도서관 등 일부 장난감도서관은 새로운 물품도 공유하기 시작했다. 바로 돌·백일 상 공유서비스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으로 가정에서의 소규모 돌·백일 잔치가 늘자 이를 돕기 위해 시작되었다. 시기적절한 공유서비스를 발 빠르게 제공하고 있어 부모들의 반응이 뜨겁다.

장난감도서관의 사례는 지난 기사에서 살펴본 공유사무실 위워크가 코로나19 사태에 접촉을 줄이기 위해서 모든 이벤트를 취소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변한 상황 속에서도 정확한 수요를 파악해 해결 방안을 찾았다는 점이 다른 공유서비스도 본받을만하다.

 

도서관이 닫자우리집은도서관으로

‘우리집은도서관’도 코로나19를 겪으며 더욱 주목받은 공유서비스이다. ‘우리집은도서관’은 가까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집에서 잠자고 있는 책을 함께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서 공유기업이다. 소정을 금액을 지불하고 책을 빌릴 수도 있고, 자신의 책을 빌려줄 수도 있다.

 


<우리집은도서관>

기존의 공공 도서관이 모두 휴관함에 따라 사람들이 책을 공유해 읽을 방법이 사라지고, 책을 읽기 위해선 구입해서 읽어야했다. 그러나 ‘우리집은도서관’을 통해서는 책을 사지 않고도 원하는 책을 빌려 볼 수 있다. ‘우리집은도서관’에서 빌려주는 책은 직영점이 소유한 책도 있지만, 상당수가 이웃 주민이 가지고 있는 책이다.

이웃(개인)도서관 간의 도서 공유는 중고거래를 하듯, 채팅을 통해 직접 도서를 주고받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주로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 많으며, 권수가 많고 가격이 높아 부담스러운 전집이나 구입하기 어려운 해외 어린이 도서 등이 인기가 많다.

또한 본인이 가진 책을 다른 이웃이 빌려 가면 대여료도 받을 수 있다. 책을 빌리는 금액은 1,000원 안팎으로 이용자도 자신의 책을 사이트에 등록해두었다가 원하는 사람에게 대여해 부가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구조이다.

 

이상을 공유하는 우리집은도서관

‘우리집은도서관’을 통한 도서공유는 금전적인 이득뿐만 아니라 부수적인 효과도 다양하게 발생했다. 한 이용자는 코로나19가 끝나도 계속 이용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집에서 쉬고 있는 책으로 수익이 생기는 것이 재밌다고 한다. 게다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책도 빌려주고 남의 책도 빌려보는 과정을 통해 아이가 책을 더 소중히 다룰 줄 알게 되었다며, 공유경제를 이해하는 교육적 효과도 크다고 강조했다.

또한, 같은 책을 공유해 읽으니 책 내용에 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 도서관에서 빌리는 것과는 다른 재미가 있다는 이용자의 의견도 있었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지역 주민과 같은 책을 읽게 되므로 이야기를 나눌 거리가 많아지고, 동네에서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즐거움을 표했다.

한때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높아졌을 때는 이웃 간의 직접 공유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로 낮아지면서 다시 직접 이웃으로부터 책을 빌릴 수 있다. 안전하게 개인위생과 방역을 신경 쓰면서 책을 공유해 다시 도서공유의 즐거움을 누리길 바란다.

 

코로나19 종식된 이후에도 소개된 공유서비스가 호황을 이어갈까? - 공유주방을 통해 생각해봐야 공유경제와 공유문화의 모습

현재 높은 성장을 보이는 공유주방은 그 형태가 배달사업을 하는 전문 요식업 공유주방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여 우려된다. 이러한 모습이 심화되는 경우 공유라는 개념보다는 자칫 전전대와 같은 임대업처럼 보일 수도 있다.

‘국내 공유주방 유형 및 특성 연구(2018, 장상은, 정경운)’에 따르면 공유주방의 유형을 참여 및 운영 주체에 따라 4가지로 분류했다. 주민 커뮤니티 활동의 장으로 기능하는 ‘마을형’, 공통의 관심사나 가치 및 취향의 공동체라 할 수 있는 ‘거점형’, 스타트업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창업형’, 고립감 해소와 인간관계 확장을 중심로 하는 ‘1인가구형’ 이 그것이다. 공유주방이 공동체의 구성과 활성화를 통해 서울이 공유도시를 넘어 전환도시로 나아가는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창업형’뿐 아니라 앞서 언급한 다양한 형태로 활성화되어야 한다.

서울 성북구의 공유주방이 ‘마을형’의 훌륭한 모델이다. ‘성북동 공유부엌’은 주민들이 공유주방에 모여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눠 먹으며 이웃의 정을 느끼는 활동이다. 공유주방에서 만들어진 반찬과 음식은 지역 주민을 따뜻하게 배불리고 있다. 또한 '즐거운 밥 한끼, 나눔밥상' 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반찬나눔 봉사도 하고 있다.

 


<성북동 공유부엌>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공유주방 활동들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지만, 비어있는 공유주방을 활용해 새로운 봉사를 진행했다. 지난 9월 15일에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힘쓰는 성북구보건소에 청귤청을 만들어 전달했다. 지친 의료진들도 지역 사회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공유부엌’이라는 이름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밥을 해 먹는 듯한 친근함을 준다. 이는 단순히 주방이라는 공간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지역 주민 간의 유대로 이어지는 공동체 움직임이다. 앞으로 더 많은 지역에서 공유주방이 활성화되어 혼자 식사를 해결하는 청장년층 1인가구, 독거노인 등이 줄어들고 따뜻한 한 끼를 할 수 있다면 풍요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공유주방을 통해 배달이 성행하는 모습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한 지금은 바람직할지 모르나 코로나19가 종식된 상황에서는 그리 바람직한 미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배달은 불필요한 일회용품이 생기기 마련이고, 환경오염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상황 아래에서의 공유주방은 배달 음식에 취중 되어 있지만, 공유도시를 넘어 전환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선 타인과 주방 그 이상을 공유하는 공유주방 문화가 생기길 기대해 본다.

 

경제적 효과 이상을 얻는 공유경제

공유경제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공유활동에 참여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추가 소득에 대한 기대나 비용 절감 외에도 공유활동을 통한 타인과의 교류,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호기심 등 금전적이지 않은 이유도 있다. 책을 사서 읽는 것보다 책을 공유해 읽는 게 더욱 재미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공유경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고립된 공유활동만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는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공유문화를 선호하지만, 읽은 책 내용도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가지고 논 장난감의 후기도 나누며 함께 연결되기를 원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 그동안 물리적으로 단절되어 있었던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역할을 공유서비스가 담당하길 바란다. 책을 공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견도 공유하는 지역 독서 모임도 좋을 것이다. 또는 공유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있었던 여담이나 재미있고 창의적인 놀이법 등을 함께 기록해 많은 사람이 돌려보며 육아법도 공유한다면, 물건을 공유하는 것 이상의 문화를 공유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는 공유경제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공유경제의 기대효과로 거론되는 것은 환경적 이점이다. 공유경제는 유휴자산의 활용률을 높여 사회 내 자원의 효율적 사용으로 사회비용과 환경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기존의 주방 설비를 이용해 요식업을 시도하는 공유주방,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그때그때 빌리는 장난감도서관, 읽고 싶은 책을 사지 않고 빌려서 읽을 수 있는 도서 공유에 이르기까지 공유서비스로 인해 물건의 수명이 더욱 길어지고 불필요한 자원의 생산을 줄여 유한한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 환경 문제는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해결되기 어렵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면 모두의 잘못이라는 말처럼 한 명이 노력해서 해결되지 않을 일이라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결국 그 이익은 우리가 모두 누릴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공유사업이 많지만, 힘든 상황 속에서도 적절하고 발 빠른 대처로 오히려 인기가 높아지는 공유서비스의 모습은 앞으로 공유경제가 나아가야 할 길을 잘 보여준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뿐만 아니라 다른 위기가 닥쳤을 때도 이번의 지혜와 경험으로 공유서비스를 상황에 맞게 개선하는 유연함이 생기길 바란다.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공유서비스를 통해 시민들은 공유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전환도시에서 공동체적 유대를 느끼고, 지구는 더욱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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