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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나면 어김없이 카페에 들어간다. 편하게 앉아 이야기할 곳을 찾아 자릿세로 음료값을 지불하는 셈이다.
높은 건물이 빽빽이 들어선 서울은 단위 면적당 카페가 가장 많은 도시다.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출연한 건축가 유현준은 돈이 많은 사람은 5000원을 내고 스타벅스에 가고 돈이 적은 사람은 1500원을 내고 빽다방에 갈 때 다양한 계층이 어울리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도시에 자유롭게 머물 수 있는 공유 공간이 있어야 시민들이 공통의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공원은 다양한 사람들이 쉽게 어울릴 수 있는 대표적인 공유 공간이다.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도,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려는 사람에게도 언제나 열려 있는 휴식처가 된다.
서울의 공원이라 하면 여러 지역의 사람들이 놀러 가는 한강공원이나 올림픽공원 같은 넓은 공원이 떠오르겠지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는 근린공원도 있다.
본 기자 역시 서울에서 가본 공원이라고는 한강공원과 남산공원이 전부였기에 주민들이 찾는 근린공원을 찾아가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부슬비가 내리던 지난 22일, 동대문구 답십리에 위치한 간데메공원을 찾아갔다.

 


 


간데메공원은 동대문중학교와 전농초등학교 근처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에 둘러싸여 있다. 동대문중학교 후문의 교차로를 건너서 골목을 따라 곧장 걸어가면 나온다. 골목 초입부터 공원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높은 건물들이 먼저 시야에 들어와 맞는 길로 가고 있는지 의심이 들 때쯤에 푸른 수풀과 나무가 보였다. 편의점을 지나쳐 샛길같이 뚫린 입구로 들어가면 먼저 커다란 팔각정과 그 너머의 아파트가 보인다. 나무가 우거져 있어 공원이 얼마나 넓은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시계 방향으로 걸으며 쭉 둘러보기로 했다.

 

 

팔각정을 뒤에 두고 걸으니 비교적 넓은 공원 입구와 관리사무소, 놀이터가 나왔다.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막 그쳤는데도 놀이터에서는 부모님과 함께 나온 아이들이 그네를 타고 있었다. 자전거를 끌고 나온 아이들도 두어 명 있었다. 초등학생들은 핸드폰이나 태블릿 같은 전자기기로 게임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생각했던 기자는 그 아이들 중 한 명에게 다가가 공원에 얼마나 자주 오냐고 물어보았다.

자전거로 묘기를 연습하던 정채윤 어린이(8세, 답십리동)는 학원이 끝나면 매일 친구들과 이곳에 와서 논다고 말했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 안에도 놀이터가 세 군데나 있지만 간데메공원에 오면 보통 친구들이 다 나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지역이라 다른 아파트나 주택에 사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위해 중간 지점이자 공유 공간인 근린공원에서 주로 만난다는 의미 같았다.

 

 



비가 온 직후 샌들을 신고 공원을 걸으면 신발 안으로 흙이 들어오기 십상인데 간데메공원은 풀숲 사이사이로 푹신한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질펀한 땅을 걷지 않아도 됐다. 이어진 산책로 옆에는 평행봉, 공중걷기와 같은 운동기구와 벤치가 곳곳에 놓여 있었다. 걷다가 스트레칭을 하고 싶으면 언제든 주변의 기구를 이용하거나 앉아서 쉬기 좋을 것 같았다.

본 기자도 스트레칭을 위해 기구에 올라 몸을 움직였다.


발을 열심히 굴리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아이와 산책을 하는 부모, 조깅을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등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비가 와서 떨어진 나뭇잎 말고는 바닥에 쓰레기나 담배꽁초도 보이지 않았는데 산책로 옆에 일반쓰레기와 재활용품을 분류배출할 수 있는 쓰레기통도 있었다.

 

 


좀 더 걸음을 옮기니 정자와 운동기구들이 모여 있는 넓은 다목적광장이 나왔다. 시계가 있는 것으로 보아 간데메공원의 중심 휴게공간인 것 같았다. 사람이 가장 많이 있는 공간이기도 했는데 광장 근처의 입구가 시장과 가깝고 공원 관리사무소 앞의 입구처럼 넓어서인 듯했다.

시장에서 식사를 하거나 장을 보고 가족과 공원을 돌아보거나 반대로 공원에서 산책이나 운동을 하다가 잠깐 나가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오기에도 가장 좋은 장소였다.

 


<운동기구와 산책로를 이용하는 시민들>

이곳에서도 허리 스트레칭 기구에 올라 스트레칭을 하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정자에는 할아버지들이 삼삼오오 모여 바둑과 장기 시합을 두고 있었다. 주변에서 관전하는 사람들은 내기라도 건 듯 집중해서 시합을 지켜보며 편을 갈라 큰 소리로 훈수를 두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동안에도 기자의 앞으로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 인사를 하며 줄지어 지나갔는데 미리 연락하지 않아도 공원에서 마주치는 게 익숙한 듯했다. 얼굴을 보고 대화하기보다 스마트폰 메신저로 가끔 안부를 주고받는 일이 더 편해진 요즘에 보기 드문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의 옆에 있던 다른 운동기구는 할머니 한 분이 이용 중이었다. 잠시 뒤 산책을 하던 할아버지가 와서 이용 방법을 물어보면서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공원을 이용하면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기자가 자리를 옮길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다 함께 공원 밖으로 걸어나갔다.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도 잠깐 들렀다. 산책로 중간에 있는 화장실은 내부가 생각보다 굉장히 깨끗했다. 공원에 있는 공중화장실은 관리인이 상주하는 상가 내 화장실보다 관리가 안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꼭 금방 청소된 것 같았다. 나무와 흙에서 사는 벌레들이 습한 화장실에 모여 알을 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커다란 벌레퇴치기도 설치되어 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오니 음수대와 정자, 농구장과 배드민턴장이 보였다. 간데메공원 홈페이지에는 게이트볼장과 배드민턴장으로 나와 있었지만 게이트볼장은 좀 더 활용도 높은 농구장으로 리모델링된 것 같았다.

기자가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을 때도 한 아이가 넓은 농구장에서 축구공 묘기를 연습하고 있었다.

 

 


간데메공원 한 바퀴를 쭉 둘러보며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동선을 따라 벤치와 작은 정자가 곳곳에 있어서 언제든 앉아서 쉬기 좋다는 것이었다. 특히 벤치는 풀숲 사이와 경기장 앞, 정자 근처 등 어디든 있어서 공원에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에도 자리가 부족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주의사항이 제대로 적히지 않은 운동기구>

다만, 운동기구 중 이용방법이나 주의사항이 제대로 적혀 있지 않아 부상 위험이 있는 기구도 있었다. 비가 내려 젖은 탓이기도 하지만 일렬로 놓인 봉들이 돌아가는 런닝머신 같은 기구는 매우 미끄러워 보호자를 동행하지 않은 어린아이나 어르신은 다칠 위험이 높아 보였다.
안전한 사용을 위한 안내표지판 설치 등 안전을 위해 더 신경쓰면 좋겠다.

또한, 어느 방향에서 오든 쉽게 공원에 들어올 수 있도록 입구가 많았는데 가게가 몰려 있는 광장 옆의 입구에도 약도가 있으면 간데메공원에서 여가를 즐기기가 더 편리할 것 같았다.

 

 

이날 한 시간 정도 둘러보며 마주친 시민들은 줄잡아도 서른 명은 됐다. 아직 땅이 젖어 있는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온 것은 공원이 도심에서도 자연 속 풍요를 누리고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공간이기 때문은 아닐까.
에어컨이 나오는 카페도 좋지만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에서 자연의 바람을 맞으며 몸을 움직여 보는 것은 어떨까. 함께하는 사람과 특별한 추억을 쌓는 한편, 지나치기만 했던 이웃과 가까워지는 기회도 얻게 될 것이다.

 

 

<간데메공원>

주소 :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서울시립대로2길 59

이용시간 : 24시간

홈페이지 : https://parks.seoul.go.kr/parks/detailView.do?pIdx=22

문의전화 : 02-2249-2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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