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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과 시간, 생각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문화’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요즘이다. 그러나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 여유를 가지기는 쉽지 않아, 한 번 문화생활을 하려면 큰 마음 먹고 찾아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예술작품이 전시된 갤러리나 미술관은 한 번 방문하자면 알게 모를 부담감이 드는 것도 발걸음을 거두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 한국에서 여러 종류의 전시회 등이 성행하면서 과거에 비해 예술을 접할 기회는 수없이 많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큰 맘 먹고 시간을 내 찾아가야만 하는’존재임에는 크게 다름이 없다.

 

 만약 우리가 자주 가는 공간이 예술과 삶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공유된다면 어떨까? 집 앞 새로 생긴 카페 빈 벽에 작품이 걸려있고 테이블 위에 예쁜 오브제가 올려져 있다면. 아름답기도 하겠지만, 이 공간을 찾는 방문객, 카페의 주인, 작품을 전시한 작가 모두에게 적은 비용으로 예술을 제공하고 향유하는 기회가 된다. 소비자들은 간만에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가려고 먼 길을 가거나 옷을 차려입지 않아도 될 것이고, 카페 점주는 빈 공간을 장식하는 데에 대한 골치를 앓지 않아도 되며, 발굴되지 않은 아티스트들에게도 그들의 작품을 대중에 자유로이 소개할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빈 공간의 공유를 통해 일상 속 문화생활 범위를 넓히고, 더 나아가 소외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을 목표하는 기업이 있다. 5월 30일 공유기업 ‘미디에잇’의 김민겸 대표를 만나보았다.

 

Q. ‘미디에잇’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미디에잇은 여러 문화 콘텐츠를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기업이에요. 좋은 작품이 있지만 아직 주목을 받지는 못한 작가들의 작품을, 사용되지 않고 있는 유휴공간에 전시해 방문객들이 오며 가며 자유롭고 부담 없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의도예요. 공간과 예술을 콜라보레이션 형식으로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죠. 미디에잇은 2018년 5월 1일에 법인 설립해 현재는 5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고, 올해 2월에는 ‘공셸’앱을 런칭했어요. ‘공셸’에서는 저희가 진행 중인 전시 관련 정보들을 글과 사진, 영상 콘텐츠로 담아 선보이고 있어요. 전시가 진행 중인 지역, 그리고 이에 참여하는 공간 및 아티스트들에 대한 설명을 스토리의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어요. 

 

Q. 회사명 ‘미디에잇’은 어떤 뜻을 가지고 있나요?

A. 영어로 미디에잇(mediate)이라는 일반동사는 ‘중재하다’, ‘연결하다’라는 뜻이 있잖아요. 카페 등의 공간과 여러 아티스트를 연결시켜주어, 방문객들에게는 일상적 공간에서 예술작품을 즐기는 문화생활을 가능케 해주고 아티스트들에게는 작품을 알릴 기회를 생기게 해 주는 것이 저희의 일이죠. 그래서 회사명의 근본적인 뜻은 그거예요. 그리고 저희 회사의 이름을 한글로는 ‘미디에잇’이라고 하지만, 영문으로는 ‘media08’이라고 써요. 저희가 사용한 숫자 8의 의미는 인피니트(무한대, ∞)와 모양이 비슷해 무한의 뜻도 가지고 있고, 이에 서로 다른 것들을 연결한다는 뜻도 부여했어요. 요즘에는 A와 B가 콜라보레이션을 하면 흔히 'A X B'로 표시하잖아요. 저희는 A와 B가 연결되면 그 영향력은 무한대가 된다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어요.

 

Q. 미디에잇의 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10년 조금 넘게 방송 PD일을 했어요. 특히 ‘테이스티로드’나 디자이너 관련 프로그램과 같이 트렌드를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을 만들었는데, 어쨌든 그런 것들도 대중에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잖아요. 빠르게 변화하는 문화와 이에 관련된 정보를 많이 접하게 되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공유경제에 대한 정보들을 2010년대 초반에 접하게 되었고, 이 두 가지를 엮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요즘엔 사람들이 카페에 단순히 차 마시러 가는 게 아니라 그 카페만의 분위기, 테마 같은 것들을 즐기러 가잖아요. 저는 그런 것도 일종의 문화를 소비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같이 미술작품 같은 것도 문화의 큰 부분이고 이런 것들을 일상에서 즐기려면 미술관이나 갤러리 등을 가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하는 대신에 카페의 빈 벽이나 빈 테이블 같은 유휴공간을, 아직 판로를 찾지 못한 작가 분들에게 오픈해주면 작품도 전시해줄 수 있고 사람들도 일상 속에서 문화를 쉽게 즐길 수 있는 등 접점을 많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구상하게 됐어요.


 

Q. 최근 진행한 행사에 대한 피드백을 해 주실 수 있나요?

A. 저희가 앱을 2월에 런칭하면서 홍대 경의선책거리 인근 카페 8곳에 작품 60점 정도를 전시했어요. 기본적으로 한 달 기준으로 전시를 진행하지만 그 중 6곳 정도는 아직 전시를 하고 있어요. 저희 입장에서는 공유공간을 넓혀가는 하나의 방법이에요. 도시재생이라고 하지만 한 달이라는 기간을 두고 전시회 혹은 이벤트 형식으로 진행하니 아티스트들의 참여도도 높아지고, 방문객들도 행사에 참여 중인 카페나 아티스트들에 대한 관심도 잘 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지금까지 행사를 진행해온 있는 공간들은 서촌, 합정 등은 많이 알려진 공간이지만, 사업이 성장하면 소외된 지역으로 들어가 저희가 지역 활성화를 직접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에요. 단순히 작품 전시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중간 중간 근처의 공간들을 찾아보고 둘러볼 수 있게요.

 

Q. 작품을 전시할 아티스트와 장소의 선정, 연락의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A. 먼저 지역의 컨셉을 잡아요. 저희가 진행해 온 행사들로 말씀드리자면, 경의선 책거리의 경우에는 ‘선로를 잇다’, 합정은 ‘시간의 블렌딩’, 서촌은 ‘로컬 프라이드’라는 컨셉으로 주제를 잡았어요. 이렇게 정해 놓은 후 지역 및 참여공간에 잘 어울리는 작품을 주로 선정해요. 경의선 책거리의 경우에는 선로가 없어지고 산책이 가능한 공간이 됐잖아요. 이 곳에서 정했던 ‘선로를 잇다’라는 컨셉은, 공간과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새로운 연결을 해 보겠다는 의미였고, 또 합정은 ‘우물터’라는 뜻이잖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카페거리로 변화했어요. 카페에서 원두를 블렌딩하는 이미지에서 착안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렇게 바뀌어갔다’라는 컨셉을 맞춰 나간 거죠. 이렇게 지역과 컨셉을 먼저 정해요.

그 다음에 공간을 정하는데, 카페 같은 경우는 새롭게 시작하시는 곳들이 많이 호의적이에요, 카페를 새로 시작하는 분들은 인테리어에 대한 고민도 많으시잖아요. 지역 선정 후 저 같은 경우에는 직접 돌아다니면서 컨셉과 어울리거나 예쁜 장소들을 물색하고, 괜찮은 공간이 있으면 인터넷이나 SNS계정으로 연락처를 찾아 연락하기도 해요. 그리고 작가 분에게 이런 공간에 전시를 해 보시겠느냐고 묻고, 어떤 공간이 어떤 아티스트의 작품과 어울리겠다고 생각해 내는 거예요.

 

Q. 카페나 아티스트 측에서 반대하는 어려움이 있지는 않나요?

A. 그래서 저희 회사 이름이 ‘미디에잇’이에요. 서로 간의 다른 의견을 중재하는 역할도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저희의 이념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거예요. 그래서 카페에서 추천 아티스트의 작품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하시면 어울릴만한 또 다른 작품들을 추천 드리기도 하고, 작가 분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저희가 쌓은 레퍼런스들을 보여드리면서 의견을 들어요. 처음에는 전시를 원치 않았지만 저희의 자료들을 보고 다시 좋다고 하신 분들도 있어요. 아니면 공셸 웹진 취재에는 응했지만 전시는 하지 않겠다고 하시는 경우도 있고요. 그렇지만 저희는 많은 정보들을 찾아볼 수 있는 문화플랫폼을 추구하기 때문에 전시에 참여하시지 않은 아티스트들의 취재정보나 컨텐츠도 모두 저희의 재산이라고 생각해요.

 

Q. 공간 및 예술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이 있지 않으면 어려운 일일 것 같은데요, 직원들의 구성에 대해서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A. 일단 저는 말씀드린 것처럼 트렌드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일을 해 왔고, 저희 직원 중 한 분은 큐레이터로서 여러 갤러리에서 오랜 기간 일해와서 작가 네트워크도 있고 미술작품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분입니다. 공셸 에디터 분의 경우에는 영화기자 출신이어서 예술 작품을 대중적 시각으로 간단하고 재미있게 작품을 풀어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나요. 독자 분들이 글이 잘 읽힌다며 좋아하세요. 저희 웹 디자이너 분도 미대 출신이고요.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로 구성된 셈이죠.




 

Q. 문화 플랫폼 ‘공셸’만의 차별화된 서비스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A. 사실 이런 서비스가 없진 않아요, 기존에도 ‘공간공유’의 개념을 활용해서, 한 유효공간을 예술작품으로 장식하는 것은 있어요. 근데 저희는 기존의 것들이 '플랫폼(platform)화'되지는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이러한 서비스는 전시공간이 필요한 사람들만 찾아봐서 아는, 한정적이고 일반 사용자들은 모르는 그런 서비스였어요. 그래서 우리는 이런 것들을 일반 사용자들에게 큐레이션(curation) 해 줄 수 있는 형태이면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죠, 이를테면 저희 앱을 가진 사용자가 홍대 인근에 가 있으면 “OO에 가면 OO씨가 좋아할만한 작품이 전시되어있어요”라고 메시지를 전송해, 사용자가 직접 검색하거나 하지 않아도 알아서 추천을 해 주는, 문화 가이드 기능을 하게 하자는 의도예요. 아직은 기술적으로 부족하지만, 향후에는 사용자에 대한 축적된 정보를 기반으로 본인의 취향에 맞는 멋진 공간과 아티스트의 전시를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마련하려고 해요. 기존의 공간공유 서비스는 그들끼리만의 무언가를 하고 있었으니, 이걸 문화적으로 풀어 해석해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한 거고요.

 

Q. 전시공간에서 공셸 앱은 어떻게 이용할 수 있나요?

A. 먼저 저희와 전시를 진행하기로 한 공간에는 보통 잘 알아볼 수 있게 ‘OO에는 공셸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라는 문구의 홍보용 판넬을 카운터 부근에 배치되어있어요, 앱 설명이 적힌 리플렛도 배부하고 있고요. 앱에는 기본적으로 공간에 대한 정보를 담은 글과 영상 컨텐츠가 있어요. 일반 방문객들에게는 어떤 장소를 가기 전에 미리 찾아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작가들에게는 이 공간이 마음에 들면 직접 전시를 신청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어요. 그리고 공간소개와 더불어 작품 및 아티스트들에 대한 스토리 중심의 설명도 있어요. 공간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 설명 택에 QR코드가 있는데, 앱에서 그걸 찍으면 작품정보로 넘어가고 더 나아가 관심이 있으면 작품구입까지 가능하도록 시스템화 되어 있어요. 그리고 방문객들이 감상평이나 매장 후기를 남길 수 있기도 하고요.

 

Q. 현재 공셸 어플리케이션은 활성화된 상태인가요?

A. 저희가 아직 앱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는 않아서 아직 활성화가 되지는 않은 상태에요. 7월 정도까지는 데이터를 더 쌓아두고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앱 다운로드 수 등은 낮고, 지금 단계에서는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지금보다 더 많은 공유 공간과 참여 작가 수를 늘려나가는 것, 그게 지금 저희 단계에서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일인 것 같아요. 그래야 사람들이 봤을 때 눈에 띄게 ‘아, 이런 서비스도 있구나.’하니까요. 저희 공셸 앱으로 작품의 구매도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작품들이 고가이기 때문에 앱을 통해 구입하는 분들이 별로 없어요. 아직 저희는 문화를 만드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먼저 사람들로 하여금 ‘이렇게 일상에서 예술작품들을 접할 수 있구나. 갤러리 쉽게 못 들어가는데.’라는 인식을 가지게 하면, 수익화는 그 다음 문제인 것 같아요. 지금은 작가들의 작품저작권을 통한 2차 사업, 예를 들면 굿즈를 제작하거나 에디션을 개발해 사업화할 준비도 하고 있어요.

 

Q. 향후 전시공간으로 이용하고 싶은 공간이 있으신가요?

A. 카페가 접근성이 용이하니 발전단계에 있는 지금은 카페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고, 여기서 기반이 다져지면 뷰티샵, 레스토랑, 호텔 또는 오피스까지 제한은 없다고 생각해요. 사업이 확장되면 이런 다양한 공간들에서 작가들이나 아티스트들과 콜라보 해서 문화사업을 할 수도 있겠죠. 또 구체적인 지역으로는 작년부터 선유도 지역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요즘 가을에 선유공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보니까 선유도는 그냥 지나만 가는 길이더라고요, 동네를 방문하지는 않고요. 그 지역에 하나 둘 카페들이 생기는데 그런 지역을 활성화해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Q. 어떤 방향으로 ‘공유’를 실현하고 싶으신가요?

A. 일단 미디에잇은 공간공유의 개념에 기본을 두고 있어요. 점주 입장에서는 빈 공간을 꾸밀 수 있는 기회, 작가 입장에서는 일상의 공간이라도 내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거죠. 저희가 자투리공간의 공유를 통해 전시하는 것이, 갤러리나 미술관에 가야만 감상할 수 있는 예술작품들을 일상적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게 만드는 거죠. 또, 도시재생이라는 말도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저희는 공간 리뉴얼이라는 부분이라든지, 단순히 프린팅 된 그림이 아니라 신진 및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직접 전시하고 방문객들이 접할 수 있게 하는 부분에서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것들도 재생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요.

미디에잇의 이념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문화와 문화를 연결’하는 것이고, 공셸의 추구가치는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널리 퍼질 수 있게’.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에 담긴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게’하는 거예요. 저희에게 “돈을 벌겠다는거야, 문화를 만들겠다는거야?”라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세요. 물론 단시간에 성과가 쉽게 나타나기는 어려운 것을 인식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이런 것들이 차근차근 일상공간을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미디에잇>

미디에잇 김민겸 대표 : pterk@naver.com

공셸 홈페이지 : http://www.gongsha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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