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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깊이가 더해진다. 단순히 옛 지식을 담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세월의 흐름에 따른 문화와 역사의 발자취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헌책을 낮은 가격으로 되팔아 여러 세대에 걸쳐 재사용할 수 있게 하는 곳이 헌책방이다.
즉 헌책방은 책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이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삶의 지식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새 학기만 되면 책을 찾는 사람들로 헌책방이 붐비던 시절이 있었다. 여전히 그 가치를 알아봐 주고 헌책방을 찾는 이들이 있지만, 그 열기는 예전만 못하다. 100여개의 헌책방이 밀집해있던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도 이제는 20개가량의 책방만이 남았으며 그마저도 존립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헌책방을 되살리고자 헌책의 가치를 공유하는 공간, 서울책보고가 지난 3월 27일 송파구에 세워졌다.



<서울책보고 출입구>



-헌책 판매 및 홍보 플랫폼, 서울책보고

서울책보고는 설 자리를 잃어가던 헌책방과 독자를 연결해주는 국내 최초의 헌책 판매 및 홍보 플랫폼이다. 서울책보고는 기존 헌책방 운영자로부터 헌책을 제공받아 시민에게 판매하고 판매액의 10%가량만을 수수료로 가져간다. 헌책방 운영자는 대형 중고 서점보다 싼값의 수수료만으로 판매 공간을 공유할 수 있으며 시민은 다양한 헌책방의 도서를 한 공간에서 둘러봄으로써 효율적으로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 동시에 서울책보고는 명사의 기증도서, 독립출판물, 북카페, 문화프로그램을 한군데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시민은 이곳 서울책보고를 헌책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고 독립출판물의 매력을 향유하며 지식과 재능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이용한다.


-헌책방의 인공호흡기, 서울책보고

주말에는 여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서울책보고를 찾았다. 그 중에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하는 가족단위의 방문객이 많았으며 2,30대의 젊은 방문객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책보고에만 소비자가 몰려 기존 헌책방이나 해당 시설에 입점하지 못한 다른 헌책방과의 마찰을 빚지 않겠냐는 우려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서울책보고에게 이러한 우려를 상쇄할만한 장기적 이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많은 헌책방은 사업유지조차 어려운 상황이며 이러한 난관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질 가능성이 크다. 아래 세대로 내려갈수록 헌책방의 존재나 그 가치를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서울책보고는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이름으로 진입장벽을 낮추고 관심을 불러일으켜 헌책을 통한 지식 공유 문화의 장기적 보존을 이끈다.



<헌책방코너>

 


-13만여 권의 헌책분류 코너

본래 암웨이 대형물류창고로 사용되던 공간을 리모델링하여 만들어진 서울책보고는 많은 헌책방 운영자가 판매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시설 내에는 총 25개의 헌책방이 입점해있으며 약 13만여 권의 헌책이 구비되어있다. 책의 분류는 오로지 기존 헌책방을 기준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9단 높이까지 책이 배치되어 있기에 이용편의를 배려하여 아래쪽에는 유아서적을, 위쪽에는 수요가 적은 서적을 배치해놓았다고 한다. 판매되는 책의 종류와 가격은 각 헌책방 운영자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방문객은 각 헌책방이 나누고자 하는 지식을 하나의 공간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공유할 수 있다.



<서울책보고 개관기념 특별전>

개관 기념 특별전에서는 초판본, 옛날 잡지, 옛날 교과서, 희귀본을 통해 헌책의 묘미를 보다 흥미로운 방식으로 전하고 있다. 옛날 교과서를 처음 본 아이는 ‘엄마, 정말 이걸로 공부했어?’라며 신기해했다. 아이는 새로움에, 부모는 반가움에 놀라워하는 모습이다. 기성세대의 경우 헌책방이 전성기를 이뤘던 시대를 겪었기에 옛 추억을 느끼기 위해서라도 헌책방을 찾곤 한다. 그에 비해 이제는 헌책방의 존재 자체가 낯선 세대가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커져만 갈 것 같은 격차를 서울책보고는 세대 간 연결고리를 만듦으로써 좁히고 있다. 각 세대의 문화를 색다른 방식으로 공유하는 자리를 통해 이미 사용된 책의 공유가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배우는 것이다.



<명사의 기증도서>




<문화 프로그램 공간>



-지식과 재능을 공유하는 복합문화공간

서울책보고는 헌책방과 독자를 중개해주는 플랫폼일 뿐만 아니라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문화공유공간이기도 하다. 내부에는 1만여 권이 넘는 명사기증도서가 배치되어 있으며 기증 도서를 주제로 한 강연이 열리는 문화공간이 마련되어있다. 해당 공간에서는 문화 공연, 소모임, 시민마켓과 같은 문화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하나의 지식에 대한 각기 다른 배움을 공유하는 활동은 헌책이 단순히 오래된 물건이 아닌 수많은 이들의 지식 집합체로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한다.




<독립출판물 코너>



-독립출판물 향유의 공간

서울책보고는 기존 대형출판사에 의지하지 않고 창작자의 의도에 따라 제작되는 독립출판물 2,130여 권을 전시하고 있다. 기존 대형서점 및 도서관에 익숙했던 시민에게는 검열을 거치지 않은 개인의 관점을 공유하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서울책보고 건물 정면>



-헌책방 문화의 장기적 존립을 위한 길

하루에도 수많은 이가 서울책보고를 방문하고 있지만 단순 헌책방 집합체가 아닌 헌책 공유 문화의 보존을 이끄는 공간으로 자리 잡으려면 분류체계에 대하여 별도의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이용객이 불편을 표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편의를 온전히 고려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먼저 책방 기준의 분류 외에 장르에 대한 구분이나 청구기호 없이 책이 나열되어있어 책을 찾는 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단순히 구경을 목적으로 서가를 찾은 경우에도 장르에 대한 구분이 없어 탐색의 흥미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책방을 기준으로 분류해놓았지만 사실상 각 책방의 특색이 드러나는 경우는 손에 꼽았다. 헌책방 마니아라면 각 책방의 특색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헌책방에 익숙지 않은 이용객의 경우 책방 간 분류의 의미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헌책방 기준의 분류는 어쩌면 소비자보다는 판매자를 고려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분류체계에는 헌책방 고유의 느낌을 보존하려는 서울시의 의도가 담겨있다. 하지만 헌책방과 서울책보고는 분명 다르다. 기존 헌책방보다 서울책보고는 매장 및 보유 서적 규모가 클 뿐 아니라 대형서점 못지않게 이용객이 많다. 또한 헌책방의 경우 운영자가 책의 대략적인 위치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해당 시설의 점원은 모든 책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기 어렵다. 이외에도 서울책보고는 최초의 헌책판매플랫폼인 만큼 헌책방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많이 찾는 공간이다. 이들이 갈피를 잡고 효율적으로 매장을 둘러보게끔 방안을 마련한다면 구경삼아 방문하는 이들의 관심과 구매까지 이끌어 헌책을 통한 지식 공유 문화의 보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책보고 정보>

- 주소 :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 14

- TEL : 010-6951-4979

- 운영시간 : 주말 10:00 - 21:00 / 공휴일 10:00 - 21:00 / 평일 10:30 - 20:30

* 월요일 휴무1월1일, 설날 및 추석 연휴

- 홈페이지 : http://www.seoulbookbo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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