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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이트 : 피사체에 주는 메인 조명

 

“렛잇고(let it go)”를 열창하며 아이들은 <겨울왕국>의 엘사가 된다. 청년들은 <뷰티인사이드>로 달콤쌉싸름한 로맨스를 꿈꾸고, <고독한 미식가>로 채울 수 없는 허기를 달랜다. <1987>의 최루가스 속에 어른들은 30년 묵은 눈물을 흘리고, 그 아버지들은 <국제시장>의 날들을 기억하며 또 다른 눈물을 삼킨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는 영화미디어의 시대다.

 

 



[출처-영화진흥위원회 산업정책연구팀 "2017년 한국영화산업 결산"]

 

표에서 보이는 것처럼, 영화산업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 하다. 영화산업 매출은 2017년 현재, 2008년 기준 두배가량으로 증가했다. 부가시장의 규모 뿐만 아니라 해외매출 역시 증가세를 보인다. 하지만, 1000만관객 영화가 심심치 않게 개봉하는 영화산업의 명(明) 뒤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한빛 PD가 드러낸 제작환경이라는 암(暗)이 있다. 촬영스텝, 연출부, PD, 미술팀, 오디오팀, 배우 등이 협업하는 영화제작은 대규모의 인원만큼 대규모의 공간이 필요하다.  상업영화의 경우 제작사에 갖춰진 공간에서 작업이 이뤄지지만, 학생영화, 독립영화 등 소자본 영화제작자에게 “공간”의 부족함은 큰 절실함으로 다가온다.

 

“시나리오는 카페에서 눈치보며, 콘티작업은 한시간에 만오천원인 카페 스터디룸에서 말소리를 죽이며, 배우리딩은 먼지가득한 동아리방에서 진행해요”

 

인터뷰를 진행한 최지영(가명,25, 대학 영화학과 재학)씨는 공간의 부족함을 토로했다.

 

영화제작에서 가장 절실한 공간의 문제를 ‘공유’로 풀어내고, 제작자, 배우, 스텝이 더불어 어울릴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가치를 더한 공간이 있다. 서울영상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영화창작공간은 중소규모 제작사에 공간을 저렴한 가격으로 지원하고, 시나리오 소재개발부터 프로덕션까지의 아이디어 공유를 지원하고 있다.

 



 


- 공간비용은 최소로, 공간의 공유가치는 최대로

 

마포구 상암동 첨단산업센터에 위치한 영화창작공간은 서울영상위원회에서 지원하는 영화제작공유공간이다. 첨단산업센터 내 3개층에 감독존, 프로듀서존, 작가존, 프로덕션 오피스 등 제작스텝의 작업에 최적화된 공간들을 제공한다. 오피스를 제외한 공간들의 보증금과 임대료는 서울시가 100%지원한다. 입주자는 관리비에 해당하는 15만원 내외로 6개월가량의 기간동안 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

 



 

 

프로덕션 오피스의 경우에는 개인작업자 보다는 중소 제작사의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투자계약이 30%이상 완료된 프로덕션이 입주를 신청할 수 있으며, 보증금은 전액 무료, 임대료는 70%를 서울시에서 지원한다.

 

서울영상위원회 강진희 차장은 “제작사가 외부에서 사무실을 사용할 경우 보증금, 임대료 뿐 아니라 각종 가전, 집기 등 부수적인 비용이 많이 듭니다. 하지만, 영상창작공간에 프로덕션 오피스에는 TV등 가전이 구비되어 있고, 퇴거시에도 이를 처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각종 부수적인 비용들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고 말한다.


영화제작자들은 15만원 내외의 비용으로 오피스공간을 공유한다.

 

영화창작공간에는 개별 작업실 및 오피스 외에도 라운지가 많다. 각 층마다 공간의 중앙에는 벽이 없거나 유리가 설치된 탁자, 소파 등이 놓여있다. 또한, 컨퍼런스룸, 강연장소도 마련되어있다. 입주자들은 오픈된 공간들을 통해 다른 작업을 진행중인 제작자들과 어렵지 않게 소통할 수 있다. 창의성과 피드백이 중요한 영화작업의 특성상, 입주자들은 소통을 통해 자신의 작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고 다른 입주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영화창작공간에서 2018년 6월부터 4개월간 <고백>(윤가은 연출) 작업에 참여했던 대학생 최고은(22)씨는 “소파에서 쉬다가 옆 오피스에서 프리프로덕션을 진행중인 감독님을 만났어요. 우리 사무실에서는 일하느라 바빠서 다른 이야기는 많이 못했는데, 감독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학생으로서는 듣기 힘든 영화현장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어요” 라며 라운지공간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 “프로필 투어”, 배우와 프로덕션의 상견례




 

[프로필 안받습니다 - 캐스팅이 끝난 프로덕션은 메모를 통해 프로필 받는 기간이 종료되었음을 알린다.]

 

협업이 중심인 영화작업에서, 여러 감독, 스텝, 배우들이 한 곳에 모여 작업하고 교류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공유의 가치를 극대화한다. 영화창작공간에서는 “프로필투어”라는 작업이 자주 이뤄진다. “프로필 투어”는 배우들이 영화창작공간에 입주한 오피스와 작업실을 돌며 진행중인 영화를 살피고, 자신의 연기와 맞는 영화프로덕션에 프로필을 제공하며 캐스팅어필을 하는 작업이다.

기존의 프로필 투어는 배우들이 서울 각지에 흩어진 영화제작사들을 돌아다니며 프로필을 제공하는 번거로운 작업이었다. 영화창작공간에서 배우들은 입주한 여러 프로덕션의 작품을 한번에 살피고, 프로필을 제공할 수 있다. 제작자들 역시 제공받은 프로필에 대해서 옆 공간에 입주한 다른 제작자들과 배우에 대한 견해를 나누고, 둘 이상의 제작사가 한 배우의 캐스팅을 결정한 경우, 스케줄을 조정하는 등 쉽게 소통할 수 있다.

또한, 배우들은 영화창작공간에서의 프로필투어를 통해 “검증된” 작품에 안전하게 지원할 수 있다. 영화창작공간 입주심사에 통과한 작품들이고, 눈으로 프로덕션 진행상황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깜깜이 지원”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상위원회 강진희 차장에 따르면 입주심사에서는 지금까지 작업을 모은 필모그래피, 진행할 작품의 시나리오 등 프로젝트를 제출받고, 신청자들 간의 경합을 통해 입주자를 선정한다. 엄격한 심사를 거친 작품에 배우들은 검증된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최고은씨가 진행한 <고백>의 경우 성인 남성의 키만큼 쌓인 배우들의 프로필을 읽어가며 캐스팅을 진행했다고 회상한다. 배우와의 작품공유, 배우들의 프로필공유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뜻이다.

 

-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의 지식공유, 시나리오 아이디어의 산실

 

 

영화제작자, 배우 외에도 다양한 분야 현업종사자들과의 지식공유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아이디어 소재강의” 를 통해서다. 영화창작공간에서는 2주 간격으로 아이디어 소재강의를 진행한다. 12월 19일에는 성상원 전 딴지일보 기자의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법” 이라는 강좌가 예정되어 있었다. 한국형 재난 시나리오와 소재개발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12월 13일에는 “직업으로서의 여성경호원” 이라는 제목으로 배우 전담경호원을 연사로 초청했다. 여성 배우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영화계의 경향을 반영한 강연이었다.

소재강의에는 사회적 이슈에 맞물리는 연사를 초청하는 경우가 많다. 삼호주얼리호 납치사건이 이슈였던 2011년에는 석해균 선장이 선박 납치에 대한 이야기를 강연하기도 했다.

 

강진희 차장은 “검찰, 경찰의 경우에는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검, 경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으니까 영화를 통해서 오도된 부분은 바로잡고, 영화제작자들이 검찰과 경찰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갖지 않도록 도우려는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영화창작공간은 영화인 사이의 공유를 넘어 영화를 매개로 사회 각분야와의 지식공유를 위한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다.

 

- 공유공간의 유리장벽



[작업이 끝난 영화들]

 

“입주심사에 대학생이 제한되는 자격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심사과정에서 탈락할 확률이 높죠.”

 

영상위원회 강진희 차장은, 연극영화학과 대학생 신분으로서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입주심사에는 일정수준의 작품활동, 이전작품에 대한 필모그래피, 그리고 이번 작품에 대한 프로젝트 계획등이 담겨 있어야 하는데, 대학생 신분으로서는 준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자료를 준비할 수는 있어도, 상업영화 프로젝트와 경합해야 하기 때문에 입주권을 따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비단 학생영화만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해무>,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의 상업영화 제작사들 역시 공간에 입주하기 때문에, 제작사들 가운데서도 영세한 규모의 경우, 입주경합에서 승리할 확률은 적다. 영화창작공간의 취지가 아마추어 보다는 프로 영화제작자들 가운데 중소 제작사를 지원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취지 자체를 해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자본 제작사나 학생영화의 경우에는 영화창작공간이 제공하는 다양한 공유의 가치들 앞에 놓인 “유리장벽” 앞에 다소 실망감을 느낄지 모른다.

영화창작공간은 중소제작사에게 공유의 가치를 제공해 <해무>, <더테러라이브> 등 개봉작들의 성공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상업영화가 이뤄낸 화려한 성공의 발판에는 소자본 제작사들이 쌓아올린 수 많은 독립영화가 있다 . 그리고 그 밑에는 “먼지가득한 동아리방”에서 학생들이 써온 이야기가 있다. 지금의 입주조건이 끌어안지 못하는 소자본 제작그룹이나 학생영화에도 유리장벽을 넘어 공유의 따뜻한 손길을 내밀 수 있게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서울영상위원회 영화창작공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1580 DMC 첨단산업센터 C구역 1층 114

TEL: 02-777-7092

홈페이지: https://www.seoulfc.or.kr/MaterialCreativity/

이메일: seoulfc@seoulf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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