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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 “광활한 땅 위에 펼쳐진 공유공간, 베를린 템펠호프 공원” 

누군가 내게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곳은 템펠호프Tempelhof 공원이다. 



<사진 : 숲을 방불케 하는 티어가르텐 Tiergarten 공원>

1923년에 문을 연 템펠호프 공항은 1930년대 나치가 증축하여 그 규모를 넓혔다. 당시 지어진 공항의 메인 건물은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 중 하나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06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공항의 건설이 시작되며 2008년 템펠호프 공항은 공항으로서의 역할을 끝내고 시민들을 위한 거대한 공원이 되었다. 

템펠호프 공원의 수많은 입구 중 하나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눈이 시릴 만큼 뻥 뚫린 하늘이다. 그리고 그 아래, 지평선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끝없이 펼쳐진 115만평의 땅이다. 2008년 이후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활주로 위로 사람들은 자전거를, 인라인 스케이트를, 킥보드를 타고 달린다. 활주로 옆 너른 잔디밭에서는 휴대용 그릴을 가지고 나와 바베큐를 하는 사람들, 연을 날리는 사람들, 담요 위에서 여유롭게 햇볕을 즐기는 사람들이 알록달록한 점처럼 군데군데 누워있다.



<사진 : 템펠호프 공원>

나에게 있어 템펠호프 공원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그 곳을 그냥 내버려두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공항이 폐쇄 된 이후 베를린 주정부는 템펠호프 공항에 아파트와 중앙도서관 등을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시민들은 그 계획을 거부했고, 시민들의 거부에 힘입어 “100퍼센트 템펠호프 펠트 Tempelhofer feld" 법률초안이라는 이름의 법안이 베를린 주정부에서 통과되었다. 베를린 주정부의 요청으로 템펠호프 공원의 진행과정의 조율을 맡은 환경자연보호 연맹의 틸만 호이저는 “베를린 시민들은 템펠호프 공항의 변화를 최소화 하고, 이 공간의 특별함을 최대한 유지하기를 원했다” 고 말했다. 시민들의 바람대로 템펠호프 공원은 화장실, 벤치 그리고 음수대 등의 몇몇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제외하고 원래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게 되었다. 



<사진 : 매년 템펠호프 공원에서 열리는 연 날리기 축제 Festival der RIESENDRACHEN 2018>

템펠호프 공원은 유휴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좋은 사례이다. 2016년 서울시는 <시민 누리 공간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시민사업참여단을 선발하여 시행된 본 프로젝트는 그간 정부 혹은 관 주도로 이루어져 시민과 지역사회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 힘들었던 단점을 보완하고자 했다. 서울시는 누리공간 만들기를 통해 고가 하부, 지하보도 등의 유휴공간을 야외 영화관, 갤러리, 시민 광장 등의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그 외에도 서울시에서는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홈페이지 (http://yeyak.seoul.go.kr) 을 통해 초등학교의 체육관 및 주민센터의 강당 등을 개방하여 시민들의 필요에 따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템펠호프 공원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그대로 남게' 되었다. 긴 전쟁의 아픔과 분단의 역사를 그 무엇보다도 중요시 여기는 베를린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남겨두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기차역이나 교회 건물을 그대로 아티스트의 작업실이나 갤러리로 쓰기도 하고 가동을 중지한 강아지 사료 공장을 클럽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공간들에는 대개 그 역사에 대한 안내가 동반된다. 템펠호프 공원을 찾는 누구라도 앱, 가이드 투어, 안내판등을 통해 쉽게 템펠호프 공항의 역사에 접근할 수 있다.

이미 생산된 것을 재소비하는 것, 그리고 새로운 쓰임을 찾아내는 것은 공유경제의 기본 의의이자 과제이다. 더 이상 사용하게 되지 않은 공간에 무분별하게 높은 건물을 올리는 것보다 그 공간의 역사를 보존하고 지역 사회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언제나 새로운 공간이 필요한 서울에도 보다 발전적인 형태의 공유 공간에 대한 길이 열릴 것이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현재, 템펠호프 공원은 2016년 초부터 공원 부지에 있는 옛 공항 건물을 시리아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한 캠프로 사용하고 있다. 과거 나치의 유산이었던 공항이 이제 난민들을 위한 유럽 최대 규모의 보금자리로 탈바꿈한 것이다. 무엇보다 나에게 있어서는 템펠호프 공원이 베를린에 거주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나와 같이 잠시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난민들까지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누군가는 지도에서 템펠호프 공원을 보며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여기를 이렇게 남겨두는 건 낭비야.”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비어 있지만 꽉찬 공간이 주는 새로운 상상력을 이해한 사람은, 공유경제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은 그리고 여러분은, 어떤 상상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위 글은 서울시 일자리 정책 중 하나인 서울형 뉴딜일자리 중 공유허브 콘텐츠 관리자 과정의 한정인 에디터가 작성한 글입니다. 한정인 에디터가 해외의 여러 곳에서 생활할 당시, 직접 겪은 공유경제의 사례를 앞으로도 계속 올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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